2004년 8월에 신문에 길을 잃었다가 홀로 찾아온 서울 마장동 동명초등학교 4학년인 정희재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리산 해발 1천 600m 지점인 세석산장에서 장터목산장에 이르는 등산길에서 아버지, 친지등과 함께 등반을 하던 중 아이가 빨리 걸어가니까 그래 “앞서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앞서서 혼자 한참 걷다보니까 일행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희재는 등산길을 찾아 산을 헤맸지만 일행이 간 등산길은 보이지 않았고, 날은 이미 어두워져 앞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람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어서 달려가 보면 나무였고, 또 사람이겠지 하고 기뻐서 달려가 보면 바위만 서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불빛이 보여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면 짐승이었는지 그냥 도망쳤을 뿐 인기척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첫날밤 암흑천지는 희재를 겁에 질리게 했으나 “우리나라 산에는 사나운 짐승은 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배낭 속에서 침낭을 꺼내 바위들 틈에 끼어 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산을 내려오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머리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배가 너무 고파 밥이 먹고 싶을 때는 개울에서 물로 배고픔을 달랬습니다.

오후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내리자 희재는 “산에서 비를 맞고 잠을 자면 죽을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몸을 꼬집으며 잠을 자지 않고 침낭을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밤을 지새웠습니다. 3일째를 맞은 3일 오전 10시30분께 희재는 백무동 계곡 인근 천나들이폭포 부근에서 서울 사는 등산객을 만나 극적으로 구조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니까 혼자서 이틀 밤을 지내고 비를 맞으면서도 아빠가 평소에 들려준 산에 대한 얘기를 침착하게 되새기며 견뎠다고 합니다. 즉 이 아이는 아빠가 해준 대로 길을 잃자 계곡 길을 찾아 따라내려 갔습니다. 깊은 산에서 길을 잃어도 물소리 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 없이 하나님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침착한 자세가 그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한 것입니다.

사실 지리산에 가보신 분들은 알지만 숲속의 콘도나 모텔에서 저녁의 숲을 보면 그야말로 암흑으로 뒤덮여있고, 때로는 공포를 가져올 정도로 적막이 흐릅니다. 우리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내 멋대로 인생을 살다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말씀을 붙잡는 것입니다.

말씀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그리고 기도하면서 걷고, 기도하면서 뛰면 하나님은 반드시 인도하여 주신다는 것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우리 주님이 반드시 여러분들을 인도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주환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