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성당에 다녔습니다. 취학 후에는 매일 하굣길, 성당에 들러 친구들과 교제하고 늘 따뜻하게 감싸주시는 수녀님과 사제분들의 사랑속에서 평안함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4학년 때 권사이셨던 할머니께서 소천하시고는 난생 처음 교회 예배를 경험한 후, ‘왜 우리집만 성당에 다닐까?’, ‘저기 보이는 붉은 십자가와 내가 매일 보는 예수님께서 매달려 계신 십자가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 가능한 것이었던가”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자아에 대한 의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좋아하는 역사, 철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자연스레 대강의 교회사를 알게 되었고 부모님께 <우리는 하나님이 아닌 로마가톨릭을 믿는 것이다. 왜 과거 굉장히 부패했던 종교를 믿는가>라고 여쭈었고 아빠는 “천주교는 종교개혁 이후 어느 정도의 자정 기능을 갖추었고, 지금은 괜찮다” 라는 말씀을 해 주셨지만, 미사포를 잊었을 때마다 받는 책망도 싫었고 각 절기마다 행하는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감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특히 고해성사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있었는데,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지만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상황에서 나의 죄를 사제에게 고백해야만 하는 상황이 매우 불편했던 것입니다. 나의 진짜 더러운 죄는 고백하지 못하고 또래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고민 같은 것들만 나열하고 마는, 어렵고 무거운 짐 같은 무용한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스물다섯이 되던 해, 동양중세사를 공부하던 저는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15세기의 동아시아데 대해서는 근대 일본에 의해서 연구가 시작되었고 1차적 사료의 대부분이 일본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학 후 첫 주일을 지키기 위해 성당을 찾았는데, 지도대로 찾아가보니 결혼식장이었습니다. 일본의 영적 상태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성전이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같은 유학생 친구에게 이야기를 전하니, 성당이 아닌 교회에 가 보자며 주일 예배를 권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궁금했던 예배를 경험하게 된다는 호기심에 바로 돌아오는 주일 예배를 드렸고, 그 곳에서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나를 향한 놀라운 계획하심과 인도하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모두가 담대히 선포하며 기도하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뒤, 일본에 보내주신 주님의 뜻에 따라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그렇게 10년의 시간을 부족하고 연약한 제 모습 그대로 일본 선교에 조금이나마 쓰임 받게 하신 은혜를 감사합니다. 
자의 반 타의 반 귀국을 하게 되고, 일본에서 계속 쓰임 받기를 기도했던 저는 은혜에서 미끄러져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형제는 하나님의 깊고 놀라운 사랑을 잠잠하게 느낄 수 있는 교회로 저를 권면하였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국교회는 너무 윤택하고 세련된 것 같고 저 자신은 낡고 야성적인 것 같아 그 간극이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인내하며 섬기는 형제의 모습 때문이라도 순종하고 싶었고 교사와 전도팀에서 섬기고 있었지만 주님에게 모든 것을 내어드리고 의지하지 못하며 염려하는 불순종의 죄를 알게 모르게 짓고 있었습니다. 
 결혼 생활 5년째, 타 도시로 발령을 받고 얼마동안 피곤하고 충혈된 눈으로 퇴근하는 형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희가 머물 곳이 현재 이곳이 맞는지 하나님께 묻고, 진정 있어야 할 곳을 예비해주시기를 믿고 맡기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마침 익산으로 갓 이사하신 부모님께서 함께 지내보자는 말씀을 건네어 주셨고, 친정 부모님의 회심을 위해 가까이서 기도하고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성령님의 말씀을 따라 익산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전에도 이전 교회 지체들에게 건강하고 좋은 교회를 만나게 되기를 기도 부탁드리고 간절하게 함께 기도하며 인도된 곳이 바로 이 곳, 예안교회입니다. 예안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게 된 2019년 12월 첫째 주일 예배 시작 전 기도 중, 다가올 총동원주일을 위한 영상을 보면서 잃어버린 한 영혼에 대한 사랑과 간절함을 가진 건강한 교회라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 곳이군요 주님, 감사합니다!!” 라는 고백과 함께 뜨거운 찬양으로 시작된 예배에서 담임목사님을 통해 세밀하고 송곳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앞으로 이 곳에서 펼쳐질 신앙생활에 대한 기대와 감사로 바로 등록을 했습니다.
등록 후, 새생명축제와 5주간의 새가족섬김 과정을 통해 제자훈련을 통한 성도 개개인의 성숙한 섬김과 교회 전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가장 감사했던 것은 말씀을 통해 묵혀 두었던 죄까지도 떠올리게 하시고 토해내게 하시면서 주님 앞에서 철저하게, 깊이 회개하는 은혜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떨쳐 내기 힘들었던 자기연민, 툭 하면 터져 나오는 교만과 고집, 불순종보다 더 나쁜 순종하는 척하는 가짜 믿음. 이렇게 오래된 죄 들을 하나하나 회개하고 주님 가까이에서 바로바로 고백하는 기도를 드리니, 말씀이 더 달게 느껴지고 이전에 들었던 말씀까지도 불쑥불쑥 떠올라 뒤늦게 라도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의 깊은 묵상과 연구를 통해 받은 사도행전 강해설교 말씀은 예수님을 믿고 난 믿음의 선배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통찰하면서 참된 복음이 무엇인지 탁월한 적용과 함께 제 스스로 깊이 성찰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수요예배에서는 열왕기상 말씀을 통하여 위로와 격려를 주시고 의를 향한 열망을 가지게 하셨습니다. 또 금요기도회에서는 부교역자님들의 말씀을 통하여 도전 받고 기도하며 하나님과 뜨겁게 교제하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조심스럽게 시작한 새가족반 모임이 단 1주 만에 중단되고, 1년 만에 다시 비대면으로 재개할 수 있게 됨을 감사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교제에 대한 갈급함과 간구함으로 시작한 새가족반 모임은 비록 직접 만나 눈을 바라보며 공감할 순 없어도 그 안타까운 마음만큼이나 성도간 더 긴밀하게 하시고 서로의 기도와 영적상태에 더 집중하여 함께 기도하게 하심이 감사했습니다.        
주일 설교에 대한 묵상을 나눌 때, 솔직하게 내어놓는 각자의 고백들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하나님 뜻대로 잘 되기를, 선한 뜻을 좆게 되기를 바라는 기도가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아울러 구원자 예수님에 해단 믿음, 건강한 신앙생활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는 불완전하지만 아름답다는 말씀까지. 영적 전투와 같은 성도의 삶을 승리하며 살아 나가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연합 안에서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충만한 생명의 삶을 살아가는 것임을 말씀을 통해 깨우쳐 주셨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섬김과 순종, 자기연민과 염려라는 불신앙으로 지냈던 부족했던 저의 모습이 하나님을 가까이하게 되는 은혜를 누리며 치유 받고 평안함을 얻게 됨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교회에 대해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많은 친정 부모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바르게 알고 회심하여 하나님의 주시는 평안을 누리고 교회에 헌신하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을 믿고 감사기도 드립니다.                                                              -이지영b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