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부모님께 교회에 가기 싫다고 짜증을 내거나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 때를 써 본 적이 없었다. 학생이 학교에 가듯이 직장인이 회사에 가듯이 그저 나에게 교회는 주말에 항상 가는 당연한 곳이었다. 그런 내가 예수님을 만난 건 중 3 무렵이었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꿈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었다. 

 내 삶에 심각성을 느꼈던 계기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을 때였다.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할 자신도 없었고,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하나님은 나를 창세 전부터 지명하여 부르셨다고 했는데 지금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패배자 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울면서 기도했다. 그러던 중 주님은 나에게 간호사라는 꿈을 심어주셨고 고등학교 3년 동안 꿈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았다. 주님의 은혜로 떨어질 것 같았던 입시 상황에서 한 번에 붙게 하셨다. 

 하지만 진짜 고난은 대학 입학부터 시작되었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간호학과는 지옥 그 자체였다. 문과에서 영어, 사회만 공부하던 내가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생물, 화학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있으니 이해가 하나도 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던 학과의 삶과 너무 달랐다. 

 학과 생활로 힘들어 하던 중 아빠의 사업 문제로 가족이 익산으로 가게 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 갈 줄은 몰랐다. 나는 친구들에게 항상 광주가 너무 지겹다고 말하면서 취업하면 무조건 타지로 갈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막상 타지에 와보니 광주가 너무 그리웠다. 매주 주말마다 광주와 익산을 오고 가는 상황이 힘이 들었고, 익산에 오면 친한 사람도 없고 아는 곳도 없어서 집에만 박혀 있는 생활이 힘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과 생활도 적응하기 힘들어 성적은 바닥을 찍었다. 자퇴까지 생각해 봤지만 소심쟁이에 겁 많은 내가 자신 있게 자퇴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학과에 적응하려 할수록 자꾸만 튕겨져 나가는 기분을 느꼈고, 거기에 주말마다 어색해 죽을 것 같은 새로운 교회에 적응하기란 너무 버거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억지로 교회에 다니던 중 우연하게 기초제자 양육 훈련에 신청하게 되었다. 사실 훈련을 시작하고 삶이 더 힘들었다.  학교 과제, 시험, 실습에 훈련 과제까지 더 해지니 죽을 맛이었다. 목사님께 지금이라도 가서 중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또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훈련이 끝이 났다. 사실 훈련 전과 훈련 후 나의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내 상황은 힘이 들고 자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며 교회 사람들과 어색해 죽을 것 같다. 하지만 훈련을 하며 확실해진 건 이런 나의 모습과 상황에도 주님은 날 사랑하신다는 사실이다. 

 힘든 속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의지하며 가려던 나에게 하나님은 항상 뒷전이었고 어색한 교회 생활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해 하는 나의 모습은 없었고 불평불만만 하고 있었다. 오로지 내 삶의 주인은 나였고 주님을 잊은 채 현재 욕심만 채우기 급급했으며 탄식의 기도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훈련 후 나는 다시 새신자의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 나를 다시 새롭게 하기 위해 주님이 나를 이곳에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새롭게 하실 나의 주님만 의지하며 우리 모두 그분을 붙들고 살아가길 소망한다.                                             - 김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