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강원도 고성의 22사단 일반소초(GOP)에서 임모병장이 수류탄과 총기난사 사고를 일으켜서 병사 5명을 죽게 하고, 7명에게는 부상을 입힌 후 총과 실탄을 가지고 탈영해서 온 나라에 근심을 준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임병장은 A급 관심병사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제대 3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끝내 참지를 못하고,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의 아들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또 저런 가해자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모르는 일입니다. 언제, 어디서 이런 가슴 아픈 현장이 재현될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임병장이 총격을 가했던 병사들은 바로 눈앞의 북한군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북한군이 비방하니까 성질나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난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늘 한솥밥을 먹고, 늘 훈련받고, 같은 곳에서 지내던 가까운 전우들이었습니다.

즉 바깥 적이 아니라 안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적군은 사상이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내면세계에 있는 마음의 적군이었습니다. 즉 미움이 폭발하여 총질을 한 것입니다. 이러니 세상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이런 사회적인 현상은 언제, 어디서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수 있고, 피해자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로가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고, 윈윈하며, 서로를 위하며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임병장과 함께 지냈던 병사들 중에 임병장에게 찾아가서 어울려주고, 그가 부족하지만 그를 존중해주고, 격려하여 주는 병사가 한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결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녀들에게도 이것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결코 누구를 왕따 시키거나 소외시키는 대열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다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을 잘 시켰기에 결코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 속에 포함되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더 적극적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학교 혹은 교회 주변에서 누가 왕따를 당하는지 물어보고, 그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도록 해야 합니다. 직장에서나 어떤 조직 속에서도 유유상종이라고 하면서 유달리 배타적이면 이것이 적대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말과 마음이 통하는 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친한 사람들은 모여서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이 세상은 점점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져 갈 것입니다. -오주환목사-